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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전력 60분::리카]불꽃

오른달 2016. 10. 9. 22:57



**




 시크릿 엔딩 일부 내용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전력주제 '불꽃축제'..

제가 전력주제에 엄청 끼워맞춘 느낌이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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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여자는 손톱으로 자신의 손목을 긁는다. 아파도 참고, 또 참고 손톱으로 잡아 뜯는다. 이내 상처가 생긴다. 살이 뜯겨 따끔거린다. 쉴새없이 따끔거려 여자는 인상을 찌푸린다.


 "아파? 왜? 그래도 네가 원하던 거잖아. 널 해치는 것만큼 완벽한 일은 없어."

 "......하아...."
 "집에 칼이 없어서 아쉽다. 네 연인이라고 했던가? 이름이 V랬나... 하여튼 그 녀석이 다 치워버렸잖아. 네 일을 방해한 거야. 기분 나쁘지 않아? 넌 그 녀석이 뭐가 좋은거야, 도대체?"

 

 여자는 쇼파에 앉는다. 그 옆에 그녀가 기대어 여자의 금빛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그녀는 붉은 긴 머리에 보라빛으로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옆에 있는 그녀는 여자가 만들어낸 여자의 내면세계였다. 불안과 공포로 만들어진 내면세계. 처음에 여자에게 그녀는 단지 말동무 상대였지만, 갈수록 그녀의 힘은 강해졌다. 어느새 여자는 그녀가 시키는대로 모든 일을 하고 있었으며, 자기 자신을 해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그럴때마다 알수없는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곧바로 알수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또 자신을 해칠 도구만 찾아댔다. 오늘도 그랬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발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하고 전화를 끊은 후,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그리고는 그의 전화를 다 무시한 채 이젠 정말 그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져, 손톱으로 손목만 긁어 뜯었다.


 그녀는 여자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리고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박수를 치며 그녀를 바라보며 웃는다.


 "리카, 이번엔 그 녀석을 해쳐버리는 건 어때? 자꾸 네가 하는 일을 방해하잖아. 걔를 없애버리면 넌 뭐든 할 수 있어. 우리 같이 없애버리고 낙원을 만들자. 우리의 민트아이를."

 "..........없어."
 "뭐?"

 ".....그럴수...없어."

 "쳇, 재미없게."


 그녀는 여자 옆에 털석 눕듯이 앉는다.

 

 여자는 언제나 그녀와 싸워왔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뜻대로 자기 자신을 해치고 알수없는 새로운 집단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민트아이'가 바로 그 곳이니라. 여자는 그녀가 말하는 대로 그곳을 설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 곳을 실현시키겠지.. 물론 계속 그녀의 손 아래 있다면.



 아아, 상처난 손목이 따끔거린다.


 "많이 아파?"

 "......응."

 "어떡해. 더 아파야 네 마음이 편할텐데.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구나?"

 "아니야... 아냐. 제발 그만해..."

 

 여자는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는다. 머리가 아프다. 혼란스럽다. 분명 그녀는 살아있는 무언가가 아닌데 자꾸만 다가와서 나를 유혹하고 나를 괴롭힌다. 그냥 죽고싶다. 죽어버리고 싶다. 이 말이 여자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녀는 입꼬리를 미묘하게 올리고는 여자를 쳐다본다. 여자는 오피스텔에서 나와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녀는 말없이 여자를 따라갈 뿐이다.

 막 옥상 문을 열었을때, 주머니에 넣고 잊고 있었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뭐야, 이 좋은 타이밍에. 설마 리카 너- 받을거야?"

 "...........여보세요?"

 "....뻔하네. V구나. 이 좋은 기회를 방해하다니. 재수없어."


 그녀는 옥상 끝에 걸터앉아 아래를 바라봤다. 못해도 30층은 되어보이는 높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감고 바람을 느꼈다. 여자가 전화를 끊고 이 곳으로 올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나도 몰라."

 [리카, 리카! 제발... 나쁜 생각하지 말아줘. 내가 금방 갈게. 리카...]

 ".....나도 이젠 모르겠어. 네가 날 구원해줘. 네가....네가 날 막아줘."

 [......리카, 설마...!]


 여자는 남자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핸드폰을 옥상 아래로 던져버린다. 핸드폰은 눈에 보이지도 않게 멀어져 땅에 퍼져버렸다. 옥상 꼭데기에 서서히 발을 올린다. 그녀는 여자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어 준다.


 "잘하고 있어. 민트아이를 실현시킬 자신이 없어? 아쉽지만 이게 네 선택이라면- 방해하진 않을게. 그래, 민트아이보다 그 곳으로 가는 것이 더 행복할지도 몰라. 리카, 난 언제나 너를 믿어."

 "나를.....믿어?"

 "그럼. 난 너고, 넌 나니까. 우린 서로말고 믿는 사람도 없고 믿어야할 사람도 없는거야. 이대로 나와 함께 가자, 리카."


 공중에 서서 그녀가 여자에게 손을 내민다. 여자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는 듯 앞으로 나아간다. 더이상 나아가면 끝없이 추락할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

 별이 더 빛나고 달이 가득 차오른 밤이다. 여자는 잠시 발을 멈추고 까만 하늘을 바라본다. 여자는 달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녀의 속삭임에 다시 앞에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집중해, 리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마침내 여자의 발이 허공을 내딛으려고 할 때였다.

 

 "리카!"


 누군가가 뒤에서 여자의 손을 잡아 끌었다.


 "이럴순 없어! 리카! 제발!"


 순식간에 소리를 내지르는 그녀가 허상이 되어 여자의 눈에서 사라지고 여자는 누군가의 손길에 뒤로 넘어졌다.

 

 "......V? V...야?"


 여자는 어째서인지 돌아보지 않고도 누군지 알수 있을 것만 같았다. 뒤로 넘어져 자신의 뒤를 감싸고 있는 사람이 사실 애타게 기다리던 '그'라는 것을.


 "V.... 어떻게..... 여길..."

 "....오늘 같이 불꽃축제 보기로 했잖아. 시간이 지나도 안나오길래, 아무래도 기억 못하는 것 같아서 네 집으로 와봤어..."

 "....V, 나, 난....."


 여자의 몸이 떨렸다. 남자는 여자를 일으켜 앉아 말없이 끌어안는다. 여자는 괜히 눈물이 났다. 이건 그에게 미안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서...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V... 넌 왜 나를 싫어하지 않아?"

 "난 네 영혼의 반쪽이니까."
 ".....넌 매일 이러는 내가 질리지 않아?"

 "언제나 넌 나에게 사랑스러운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사람이야, 리카. 네가 어둠에 휩싸여 있다면 내가, 내가 널 구할게. 리카, 그러니까....이제 혼자라고 생각하지마.."


 어두운 밤, 두 사람이 놓친 불꽃 축제가 시작된 듯 했다. 옥상 머리 위로 화려한 불꽃들이 피어오른다. 하나, 둘, 셋.... 셀수 없이 많은 불꽃이 하늘에 피어올랐다. 두 사람은 어깨를 맞대고 앉아 조용히 불꽃을 바라본다. 여자는 마음이 편해진다. 남자의 옆에 꼭 붙어 남자의 손을 잡는다. 꼬옥, 감싸쥔다.


 "고마워, 고마워...V."


 여자는 조용히 읊조린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V.



 불꽃이 예쁘게 터진다. 마치 그의 옆에 있으니 여자의 마음에 스파크가 튀는 것처럼 그렇게 불꽃들이 피어올라 터진다. 두 사람, 불꽃을 보다가 서로를 본다. 아니, 우연히 고개를 돌리다가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다. 남자가 생긋, 웃는다. 여자도 어색하게 따라 웃는다.  

 여자는 더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마음이 편하다. 그가 옆에 있기 때문일까.

괜히 아려오던 손목이 이제는, 이제는 아프지 않은 것 같다.


두 사람의 머리 사이로 마지막 불꽃이 피어 올랐다. 그 어떤 불꽃보다 밝게 빛났다. 마치 서로를 바라볼 때, 서로의 마음속에 터지는 불꽃처럼.

 마지막 불꽃이 터져버릴 때,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입이 맞닿는다.



따뜻하다, 그리고 달다.

 찬 가을 바람이 잊혀지는 듯 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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